서울시 종로구 소재 케이뱅크 본사 전경. <사진=케이뱅크>



사실상 개점휴업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빠진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경영 정상화를 이끌 차기 행장 선임 작업에 신중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권에서는 내‧외부 인사의 격돌이 될 것으로 예측하는 가운데 핵심 주주인 KT와 우리은행의 입김이 어느 정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자본 확충에 유일한 희망이었던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발목 잡힌 상황에서 위기의 케이뱅크를 기사회생 시킬 수장의 능력치에도 관심이 쏠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26일 첫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회의를 열고 오는 3월 말 열릴 주주총회까지 임기를 수행하는 심성훈 은행장을 이을 차기 행장 후보군에 대해 논의했다.

기업인, 교수, 금융인 출신 등 총 7명의 사외이사(김준경, 성낙일, 윤보현, 이헌철, 최승남, 최용현, 홍종팔)로 구성된 임추위는 향후 롱리스트(1차 후보군)와 숏리스트(최종 후보군)을 추린 뒤 내달 중순께 1명의 최종후보자를 선발, 주총 승인을 거쳐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이들은 위기에 빠진 케이뱅크를 구원할 수 있는 새로운 수장을 뽑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으로 지난해 4월부터 예·적금 담보대출을 제외한 모든 대출(여신)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1.85%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임추위 내용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지만 금융권에서는 내부 인물로 옥성환 경영기획본부장, 안효조 사업총괄본부장, 김도완 ICT총괄본부장 등이 추천된 것으로 거론됐다.

현재 케이뱅크에 불거진 문제가 은행장의 개인의 경영능력이 아닌 대주주 이슈 등 외부요인에 
따른 것이어서 현재의 심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외부 인사의 선임 가능성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요 주주인 KT와 우리은행의 인사 추천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현재 의결권이 없는 전환우선주까지 포함한 지분 비율로는 1대 주주는 KT(18.8%), 2대 주주는 우리은행(14.1%)이다.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지분 비율로는 우리은행(13.79%)이 1대 주주다.

그러나 KT 측이 지분을 34%까지 늘려 1대 주주로 올라서겠다는 의중이 확고함에 따라 빠른 시일 내 인터넷은행법이 개정되지 못하더라도 계열사를 통한 증자 방법까지 거론되고 있어 KT 추천 인사가 차기 행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 인터넷은행법은 법에서 정한 한도(1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려는 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은 물론 공정거래법과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결격사유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을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KT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 규제 완화를 기점으로 지분을 늘릴 계획이었으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무산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지분 29%를 손자회사이자 한국투자증권의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넘겼던 사례처럼 KT 역시 우회적인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KT 추천 인사는 KT 금융 계열사인 비씨카드를 이끌던 이문환 전 사장과 케이뱅크 출범을 이끌었던 김인회 KT 전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1963년생인 이 전 사장은 1995년 KT 입사 후 전략기획실장, 경영기획부문장, 기업사업부문장 등을 지내다 2018년 비씨카드 사장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디지털 전략을 앞세워 정보기술(IT)과 금융을 융합하는 데 힘쓰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카드업계에서 처음으로 QR코드 결제를 선보인 바 있다.

김 전 사장은 1964년생으로 황창규 KT 회장에 의해 삼성에서 KT 재무실장(CFO)으로 영입된 인물이다. 이후 비서실장과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쳤다. 2015년에는 KT금융컨버전스 TF팀장으로서 예비인가와 본인가를 추진하는 등 케이뱅크의 출범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케이뱅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은 물론 KT의 정보통신기술 등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안을 제시하는 등 형식이나 관행에서 탈피해 실용적이고 창의적으로 업무를 추진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간 케이뱅크에는 행장은 KT가, 부행장은 우리은행이 추천하는 인사를 앉힌다는 암묵적인 공식이 있었지만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은행 뉴욕지점 수석부지점장, 경기동부영업본부장 등을 지낸 정운기 케이뱅크 부행장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내달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 논의된 후 5일 본회의에서 결정될 계획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일정이 또 한 번 연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KT는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승인심사를 재신청하고 다른 주주들과 함께 약 5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 경우 케이뱅크는 현재 자본금 5051억 원에서 1조 원대로 확장함으로써 자금난을 돌파할 수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차주로 예정된 법사위 결과를 지켜보는 한편으로 케이뱅크의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주주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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